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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끝에서


하루의 끝에서

저녁이 되면, 하루의 끝자락에서 나는 종종 생각에 잠긴다. 아침에 일어날 때, 나는 한없이 바쁘고,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그 모든 일이 지나간 시간 속에서 흐릿하게 느껴진다. 그때서야 나는 하루가 얼마나 빠르게 지나갔는지, 얼마나 많은 것들이 내 손에서 스쳐갔는지 알게 된다.

하루의 끝, 나는 종종 일어나지 못한 일들을 돌아보며 후회한다. 아침에 세운 계획, 그 속에서 내가 놓친 작은 순간들, 내가 놓쳐버린 사람들. 저녁이 오면 비로소 그것들을 되새기고 나도 모르게 반성하게 된다. 혹시 오늘 내가 했던 말이 그 사람에게 상처가 되지 않았을까? 내가 지나쳤던 작은 배려들이 누군가에게 큰 의미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다니며 하루를 돌아보게 만든다.

하지만 이런 후회 속에서 나는 깨닫는다. 완벽한 하루란 없다는 사실을. 삶이라는 것은 어차피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이고, 항상 예상치 못한 상황이 펼쳐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런 불확실성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날의 나를 잘 지키고,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후회가 든다면 그것을 배우는 기회로 삼고, 실수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어쩌면 하루의 끝에서 느끼는 후회와 반성은 내일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가는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녁이 되면 나는 종종 시간이 아쉽다. 저녁을 맞이할 때쯤, 나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아쉬움을 느낀다. 오늘 내가 할 수 있었던 일들이 여전히 많은데 시간이 다 지나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내가 얼마나 더 많은 일을 했어야 했을까? 내가 조금 더 일찍 일어나거나, 조금 더 집중했더라면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었을까? 하지만 지나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매일 저녁마다 그 아쉬움을 조금씩 덜어내고, 다시 내일을 기약하며 잠자리에 든다.

시간은 아무리 애써도 멈추지 않는다. 아침이 오면 또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다. 그렇기에 나는 오늘의 끝에서 내일을 기다린다. 내일은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기를, 오늘보다 조금 더 여유를 가질 수 있기를, 내가 놓쳤던 것을 다시 시도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잠든다.

이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나는 점점 나이를 먹어간다. 어린 시절,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다는 사실을 몰랐던 나는, 어느새 시간에 쫓기는 삶을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하루의 끝에서 돌아보며 생각한다. 내가 한 것들은 너무나 사소하게 느껴지지만, 그 사소한 것들이 모여 오늘을 이루었고, 그것들이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되었다. 후회가 있고 아쉬움이 있지만, 그 아쉬움 속에서도 나는 또 내일을 향해 나아간다.

오늘을 살아가는 방식, 내일을 준비하는 태도, 그것이 결국 내 삶의 모습이 된다. 하루의 끝에서 나는 그렇게 오늘을 정리하고, 내일을 기약한다. 오늘 못다 한 일들을 내일 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내가 내일을 살아갈 이유가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