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나는 길을 걷다 문득 멈추어 서서 생각에 잠겼다. 바쁜 일상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순간들, 하지만 그 순간들 중 일부는 그렇게 나를 붙잡고, 내 안에서 길게 늘어져 생각이 되어 돌아온다. 그런 순간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천천히 되돌아보고 싶었다. 그러면서 문득 내가 지나온 길을 돌아보게 되었다.
어린 시절, 나는 언제나 꿈이 많았다. 그 꿈들은 대개 별것 아닌 것들이었다. 공룡을 좋아했고, 우주 여행을 꿈꾸었으며, 큰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 내 꿈이었다. 그러나 그때의 꿈들은 단순히 유치하게만 들릴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그 모든 것이 마치 세상의 중심인 것처럼 소중하고 강렬했다. 그때는 나 자신이 너무 커 보였고, 그 꿈들은 그 누구보다 확실한 것처럼 믿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나는 점차 현실의 무게를 느끼기 시작했다. 학교에서는 공부가 중요하고, 어른들이 말하는 현실적인 삶의 기준이 생겨났다. 부모님과 선생님들이 알려주는 ‘성공’이라는 것이 내게도 닿아야 할 목표처럼 여겨졌다. 내가 정말 원했던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 없이, 일단 ‘성공’을 향해 가는 길에 내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점차 나는 다른 사람들의 기대에 맞춰 가게 되었고, 나의 꿈들은 그저 어린 시절의 한 장면으로 멀어져 갔다.
그렇다고 해서 나의 삶이 그저 피상적으로만 흘러간 것은 아니었다. 분명히 나에게도 중요한 순간들이 있었다. 그 순간들 속에서 나는 때로는 기쁨을 느꼈고, 때로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그 모든 순간들이 지나고 나면 결국 나는 또 다른 목표를 향해 걸어갔다. 그때는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정말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할 시간조차 없었다. 그저 눈앞의 일에 치여 가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다시 한 번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동안 나는 무엇을 놓쳤을까? 지나온 삶에서 내가 놓친 것이 무엇일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때 나는 알게 되었다. 내가 너무 많은 것을 놓쳤다는 것을. 나는 너무 빨리, 너무 많은 것을 좇으며 살아왔고, 그 속에서 진정 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지 못한 채 살아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깨달음이 주는 충격은 컸다. 이제는 시간이 지나 내가 되돌릴 수 없는 지점에 왔다고 느꼈을 때,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나 그때부터 조금씩 내가 놓친 것을 채워가기 시작했다. 작은 것부터 시작했다. 매일 아침,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잠깐의 여유 속에서 그날의 기분을 적어보았다. 또 가끔은 아무런 목적 없이 길을 걷기도 했다. 사람들이 나를 지나칠 때, 그들의 얼굴을 보고 내 안의 이야기를 상상해 보았다. 그렇게 조금씩 나는 내 삶의 작은 틈들을 채워갔다.
내가 놓쳤던 것은 단순히 물질적인 것이나 성취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 자신과의 대화였고, 내가 진정으로 원했던 삶이었다. 나는 너무 많은 것들을 쫓아갔지만, 결국 나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살았다.
지금도 나는 여전히 내가 갈 길을 고민하고 있다. 언제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 그 속도를 따라가기 힘든 때가 많다. 하지만 이제 나는 그 속도를 쫓아가기보다는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나만의 속도로 걸어가려고 한다. 내가 가는 길이 너무 느리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길이 내가 진정 원하는 길이라면, 그 길이 얼마나 천천히 가든,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내가 지나온 길에서 나를 잃어버렸다면, 앞으로 내가 가고 싶은 길에서는 나를 잃지 않으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나를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여전히 빠르게 살아가며 그들의 목표를 향해 달려갈 것이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그들과 경쟁하지 않으려 한다. 나만의 속도, 나만의 기준으로, 나의 길을 가려고 한다. 그것이 내가 다시 찾은 나만의 삶이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나의 이야기를 듣고 ‘자기만의 길’을 찾는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그 길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나를 인정하고,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누구인지,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을 때, 그 길은 비로소 나에게 열리기 시작할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나는 다시 한 번 나 자신과의 대화를 시작한다. 내가 지나온 길을 돌아보며, 내가 잃어버린 것들과 내가 얻은 것들을 정리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만의 길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이제야 비로소, 나는 그 길을 걸어갈 준비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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