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기억

봄의 기억

봄은 언제나 설렘을 안겨준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찬바람을 뚫고 피어나는 따스한 햇살과 신록의 기운은, 마치 세상이 다시 태어나는 것 같은 기분을 준다. 그런 봄의 풍경을 떠올리면, 나는 어릴 적 집 앞의 작은 정원을 떠올리게 된다. 그곳은 우리 가족에게 특별한 공간이었다. 비록 크지 않았지만, 그곳에는 늘 꽃이 피고 나무가 자라며, 계절마다 다른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해주었다.

어렸을 적, 그 작은 정원에서 나는 봄이 오면 늘 꽃을 따곤 했다. 꽃잎을 손끝에 살짝 얹어 보면, 그 가녀린 감촉이 온몸을 훈훈하게 만들었고, 꽃의 색깔이 주는 아름다움에 나는 한참을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특히 벚꽃이 만개한 날은 정말 특별했다. 바람에 날리는 벚꽃잎들이 마치 하늘에서 눈꽃이 내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그 순간만큼은 세상이 온통 아름다워 보였다. 그날마다 아버지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면 꽃놀이를 가자고 하셨고, 우리는 엄마와 함께 손에 손을 잡고 집을 나섰다. 봄의 햇살 속에서 즐거운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고, 우리는 그 순간을 잊지 못할 추억으로 간직했다.

봄은 또한 삶의 변화와 성장을 의미했다. 어린 시절, 나는 그 변화의 과정을 피부로 느꼈다. 아침이면 작은 풀잎들이 기지개를 켜는 모습을 보며, 나도 그렇게 하루하루 조금씩 자라고 있음을 알았다. 한 해가 지나고 나면, 나의 키는 조금 더 자라고, 마음속의 생각들은 조금 더 깊어졌다. 꽃을 피우는 나무처럼, 나는 내 속에서 조금씩 변화를 일으키며 성장했다. 봄은 그러한 변화를 마주하고 받아들이는 시간이었다.

어느덧 시간이 지나, 나는 그 정원을 떠나 도시로 이사를 갔다. 바쁜 일상에 쫓겨 다시 그 작은 정원을 찾아갈 기회는 없었다. 그러나 매년 봄마다, 나는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마음 한켠이 따뜻해진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봄이 오면 잠시 시간을 내어 밖으로 나가본다. 그럴 때면, 아직도 그 시절의 꽃밭이 그리워진다. 꽃잎이 떨어지며 만드는 고요한 풍경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마음이 편안해지고, 잃어버린 것들이 조금씩 돌아오는 듯한 기분이 든다. 봄은 여전히 나에게 생명력과 희망을 주는 계절이다.

가끔은 봄이 지나고 여름이 오면, 그 따뜻한 햇살 속에서 나도 모르게 에너지를 잃은 듯한 기분이 든다. 그러나 그때마다 나는 봄의 기억을 떠올린다. 봄의 맑고 신선한 공기, 작은 꽃들이 가득한 정원, 그 속에서 느꼈던 설렘과 기쁨이 내 마음을 다시 일깨운다. 그러면 다시 한 번 힘을 내어 일상 속으로 돌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봄은 언제나 내가 잊고 있던 것들을 상기시켜준다. 어린 시절, 작은 정원에서 꽃을 따던 그 순간들을, 그리운 사람들과 함께했던 시간들을, 그리고 나 자신이 자라며 변화했던 그 순간들을 되새겨볼 수 있게 한다. 그런 봄의 기억들이, 나를 계속해서 살아가게 하고, 힘을 주는 원동력이 된다. 나는 이제 봄을 기다리며, 다시 한 번 그 아름다웠던 순간들을 떠올린다. 봄은 단순한 계절의 변화가 아니라, 내 삶의 한 부분처럼 느껴진다. 언제나 봄이 오기를 기대하며, 나는 오늘도 그 시간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