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는 이유
아침이 밝았다. 아직은 새벽 공기가 차갑지만, 점차 따뜻한 햇살이 세상에 퍼져 나갈 때쯤이면, 나는 그 길을 걷고 있을 것이다. 특별히 갈 곳이 있는 것도, 급하게 도착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이 순간을 놓칠 수 없어서 나는 매일 아침 그 길을 나선다.
왜 나는 매일 그 길을 걷는 걸까? 그것은 단지 몸을 움직이기 위함이 아니다. 그 길은 내게 시간의 흐름을 체감하게 해주고,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바쁜 일상 속에서 놓치고 지나치기 쉬운 순간들을 그 길을 걸으며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된다. 사람들은 종종 "길을 걷는다"라고 표현하지만, 사실 그 길은 단순한 도로나 거리 이상이다. 그 길은 나와 나의 삶을 연결하는 중요한 끈이고,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공간이다.
어릴 적, 나는 길을 걷는 것을 그저 이동하는 수단으로만 여겼다. 목적지가 중요했고, 그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길은 그저 빨리, 효율적으로 가야 할 공간에 불과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길이 주는 의미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보다, 그 목적지까지 가는 길의 과정이 중요해졌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길을 걷다 보면 가끔은 인생의 방향을 잃은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길이 끝없이 이어지는 것만 같고,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때마다 나는 잠시 멈추고 주위를 둘러본다. 길 위에 놓인 작은 꽃 한 송이, 지나가는 바람의 속도, 그리고 머리 위로 떠오르는 구름들. 그 모든 것들이 나에게 어떤 위안을 준다. 방향을 잃고 헤매는 듯 보이지만, 그 과정 속에서 내가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다시 찾을 수 있다.
길을 걷는 것은 나에게 치유의 과정이다. 무언가에 시달리고 있거나, 마음이 복잡할 때, 나는 길을 걸으며 스스로를 정리한다. 처음에는 그저 발걸음을 옮기기만 하면 되었지만, 지금은 그 길에서 나 자신을 찾고, 또 내일을 위한 힘을 얻는다. 많은 사람들이 길을 걸으며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지나친 소음에서 벗어나 마음을 고요히 하기도 한다. 내게 그 길은 단순한 육체의 움직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마음을 비우고, 생각을 정리하며, 삶의 작은 기쁨들을 발견하는 순간이 바로 그 길 위에서 이루어진다.
또한 길을 걷다 보면 사람들과의 만남도 있다. 때로는 익숙한 사람의 얼굴을 마주치기도 하고, 때로는 전혀 모르는 사람과 눈을 마주친다. 그때마다 나는 짧은 인사를 나누거나, 고개를 끄덕이며 지나친다. 그 짧은 순간의 교감이 때로는 내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나와 다른 사람들,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한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풍성해지고, 나는 그 안에서 소속감을 느낀다.
길을 걷는 것은 또한 나의 발자취를 남기는 일이다. 나는 항상 길을 걷는 동안 내 발걸음이 어떻게 나아가고 있는지를 생각한다. 한 걸음, 두 걸음, 작은 발자국들이 모여 길이 된다. 그 길은 나만의 흔적을 남기고, 나는 그것을 느낄 수 있다. 아무리 사소한 길이라 할지라도, 내가 걸었던 길이란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길을 지나갈 때마다 나는 내가 걸어온 발자국을 되새기며,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한다.
시간이 지나면, 아마 내가 걸었던 이 길도 달라질 것이다. 길이 넓어지거나 좁아지거나, 더 많은 사람들이 다니게 될 수도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 길을 걷는 내가 달라진 것을 느낄 것이다. 같은 길을 걸어도, 내가 걷는 방식이나 그 길에서 느끼는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변화하기 마련이다. 어쩌면 내가 걷는 이 길이, 바로 나의 삶을 반영하는 거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길을 걷는 동안 내가 느끼는 모든 것들이다. 길 위에서 마주치는 순간들이 나를 성숙하게 만들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도와준다. 길을 걷는 이유는 단지 어디로 가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 길을 통해 나는 나를 발견하고, 세상을 이해하고, 삶의 의미를 찾는다. 매일 아침, 나는 그 길을 걸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 길에서 만나는 작은 행복과 평화를 느끼며, 내일을 또 한 걸음씩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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