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오는 길목에서
찬바람이 어느덧 내 마음 속을 스쳐간다. 기온이 뚝 떨어지고, 아침에 일어나면 창문을 열기 전부터 느껴지는 차가운 공기가 몸을 움츠러들게 만든다. 겨울이 다가온다는 사실을 한 번에 깨닫게 해주는 찬바람은 마치 내면 깊숙한 곳까지 스며드는 것처럼 느껴지곤 한다. 계절의 변화를 몸소 체험하는 이 순간을 보면, 겨울이 다가오는 길목에서 우리는 늘 이와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되는구나 싶다.
겨울이 오면 나는 예전의 기억들이 떠오른다. 어린 시절, 추운 겨울날 집 앞마당에서 언 땅 위에 내 발자국을 남기며 친구들과 함께 놀던 그 시절. 그때의 나는 겨울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오히려 겨울이 주는 차가움 속에서 새로운 재미를 찾곤 했다. 하얗게 내리는 눈을 보고 신기해하며 눈을 손에 가득 쥐어본 기억이 난다. 그 눈은 찬바람 속에서 손끝이 얼어붙을 정도로 차가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차가운 눈을 좋아했다. 친구들과 함께 눈싸움을 하고, 눈사람을 만들며 웃고 떠들던 시절. 겨울이 주는 추위와 어두운 날씨 속에서도 그때의 나에게 겨울은 언제나 설레는 계절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겨울에 대한 감정은 조금씩 달라졌다. 이제는 겨울이 두려워졌다. 추위가 조금씩 내 몸을 옭아매고, 차가운 공기가 내 폐 속까지 깊숙이 스며드는 것만 같았다. 손끝이 얼어붙고, 발이 시려운 날에는 몸 전체가 얼어붙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렇게 겨울은 점점 더 힘겹게 느껴졌다. 덧붙여 겨울이 오면 짧아지는 해와 함께 길어진 어두운 시간도 불안하게 다가왔다. 기온이 떨어질수록 사람들은 집 안으로 들어가 따뜻한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밖은 점점 텅 비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나도 그 중 하나가 되어 밖으로 나가기보다는 따뜻한 실내에 머무는 것이 더 편해졌다.
겨울을 맞이할 때마다 마음 속에서는 그 추위와 어두움 속에서 나를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그런 나날들이 지나고 나면, 나는 또 다른 겨울을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겨울의 끝자락에서 나는 매번 다짐한다. 이번 겨울은 좀 더 긍정적인 마음으로 맞이해야겠다고. 매일같이 흐린 하늘을 보고, 바람이 차가운 것을 느끼며 속으로만 겨울을 피해 돌아다니는 것은 나 자신에게 고통을 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겨울날의 오후 햇살을 본 적이 있다. 하늘은 흐리고 기온은 여전히 차가웠지만, 햇살이 나무 사이로 살짝 스며들며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 햇살은 겨울 속에서도 따뜻하게 느껴졌다. 잠깐의 그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참을 그 햇살 아래 서 있었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겨울 속에도 따뜻함은 존재한다는 사실을. 겨울을 싫어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겨울은 단지 더디게 다가올 뿐이다. 그 끝에는 따뜻한 봄이, 혹은 여름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겨울을 맞이하는 마음은 조금 더 여유롭고 차분해질 수 있었다.
그렇게 겨울이 지나고 나면, 또 봄이 온다. 새싹이 돋고, 꽃들이 피어나며 모든 것이 다시 살아나는 느낌을 준다. 겨울에 맞서 싸운 시간들은 따뜻한 봄날을 만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다. 그 추위 속에서도 살아남고, 견딘 시간들이 봄을 맞이할 준비가 되게 만든 것이다. 겨울의 차가운 바람은 결국 봄의 따스한 햇살을 더욱 소중하게 만들어 준다.
겨울은 이제 나에게 두려운 계절이 아니라,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진다. 그 추위 속에서 내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이겨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는 계절. 그렇게 겨울은 그저 지나가고, 또 다른 계절로 넘어가지만, 그 순간순간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무엇을 느끼고 살아갈지 고민하는 내가 있다. 겨울을 어떻게 지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매년 반복되지만, 그 속에서 조금씩 더 단단해져 가는 나를 발견하는 것도 겨울이 주는 특별한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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